​Lim Seung O
임승오 조각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은 B.C 4000년부터 해시계, 물시계를 거쳐 1364년 최초의 기계식 시계로 이어진다. 시계 발명이 곧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해답인 듯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1초가 지나도 과거가 돼 버리는 지금을 표시하는 수단에 그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시간을 나타내는 기구에 불과하다. 

조각가 임승오가 주목한 것은 이와는 별개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다. 보이지 않는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을 조형화하는 작업이 그의 작품방향이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비바람을 맞고 굳어지면서 그 위에 또 다른 시간의 흔적이 쌓이는 그런 모습을 말이다. 즉, 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공간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팩트가 존재하는 것이 조형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시간의 그릇>시리즈에선 정확한 측정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중요한 그런 시간을 다루고 있는 것이라고 미술평론가 최태만은 말했다. 또한 임승오의 <시간의 그릇>은 마술이나 연금술의 맥락에서 시간을 신비화시키려 한 결과가 아니라 자연현상에 내맡겨진 시간의 추이를 상상하려는 시간여행에의 출구라고 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