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 Seung O
작가 임승오는 지난 개인전부터 「시간의 그릇」(2002), 「시간의 복원」(2005), 「시간의 차연」(2006), 「시간 여행」(2008)이란 용어들을 즐겨 사용해왔다. 이 주제들을 통해 작가의 의식이 시간의 주변을 맴돌고 있으며,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게 해주는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을 매개로 한 각각의 주제가 작업으로 형상화된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곧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첩경이 될 듯 싶다. 
시간에 관한 작가의 일관된 주제를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어 살펴볼 수 있다. 초기의 「시간의 그릇」은 말 그대로 시간을 담아내는 거대한 그릇의 형태로 나타난다. 발굴된 부장품이나 유물로, 시간의 퇴적물인 자연을 담아내는 용기로, 그리고 때론 미래의 메시지를 수신하고 발신하는 레이더로 변주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복원」은 시간에 대한 인식론의 형태를 취한다. 즉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은 시간의 실체를 부여해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과 관련되는데, 작가는 이를 일종의 유사​고고학적 발굴 프로젝트를 감행함으로써 실현한다. 고대 유적의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복원한 것이다. 여기서 시간은 문명을 증언하는 흔적으로 표상되며, 이로부터 폐허화된 문명의 잔해와 대면한 것 같은 멜랑콜리와 노스탤지어를 환기시킨다. 

이와 달리 근작의 「시간비행」과 현 전시 주제인 『시간 여행』에서는 말 그대로 시간비행 혹은 여행을 감행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원형의 구조물을 만들고, 비행기나 아톰으로 하여금 이 구조물을 통과시킨다. ​여기서 그 속이 뚫린 원형의 구조물은 블랙홀(시간을 집어 삼키는)이나 화이트홀(시간을 뱉어내는)을 연상시키는데, 그 자체를 일종의 타임홀(시간의 축)과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블랙홀이나 화이트홀 그리고 타임홀은 물리적인 현상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의식 속에서 모든 기억이 깡그리 지워져 멍해지거나(망각), 이와는 거꾸로 온갖 기억의 편린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걷잡을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패닉상태를 경험한다. 바로 기억이 사라지거나 불현 듯 출현하는 마음 속 블랙홀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