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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조풍류. 순간 희미한 기억 속에서 이름 석 자가 떠올랐다. 마음이 급해졌다. 전시가 끝나가고 있었으므로. 인사동에서 화가를 처음 만난 2015년 12월의 그 날은 공교롭게도 전시 마지막 날. 화가가 제주에 잠시 머물던 시절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 더 미안해졌다. 지금생각하면 그 만남은 운명이었던 것 같다.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파랑 속에서 무수한 색의 변화가 물결치고 있었다. 산 아래로 점점이 불을 밝힌 인왕산 어귀 마을이 마치 반딧불처럼 깜빡이는 아련한 풍경. 못 만났다면 어쩔 뻔했는가. 화가의 그림과 얼굴이 뉴스 화면에 등장했고, 덕분에 전시 기간도 며칠 더 연장 됐다. 자고로 그림 앞에 서야 한다는, 누군가를 대면하듯 그림과 마주 보고 눈을 맞춰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조풍류의 그림은 새삼 일깨웠다. 보는 이의 시선을 단박에 빼앗는 그 강렬한 에너지는 일차적으로는 화가가 풀어놓은 색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풍류 블루’에는 다른 화가들에게선 찾기 힘든 남다른 화면의 깊이가 녹아 있다. 그 깊이를 만들어내는 건 바로 ‘질감’이다. 그 오롯한 질감이야말로 조풍류의 예술을 독보적인 세계에 위치시키는 힘이다. 조개껍질과 돌을 곱게 갈아 만든 가루를 아교에 개어 화면에 얹고 또 얹는다. 원하는 질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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