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글 어디에도 머물지 않은  지나간 여름들을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는 조금 일러서, 또 언젠가는 조금 늦게 만난 여름의 모습은 적절한 때를 맞추지 못하고 당도한 편지 같았다. 철 지난 해변, 외딴길에서 마주친 반사경, 국도의 빈 건물 등 쓸쓸하고 고독한 풍경들은 오랜 기간 고립되어 나만의 섬을 지어 살던 시기에 상처받기 쉽고, 견고하지 않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오랫동안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아왔던 일렁이는 도시, 빛과 어둠의 일그러진 이미지들은 조금씩 그것들에 곁을 내어주게 되었다.  우리는 늘 삶과 세계를 매끄럽고 완결된 이미지로 만들고자 하지만 종종 결락된 구멍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때로는 무의미한 그런 부분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곤 한다. 이번 작업들은 당신이 무심코 스쳐 지나간 작고 모호한 이미지들의 기록이다. 길들여진 하루 일과는 상상력을 사용해야하는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하루키의 말처럼 나의 의식은 점점 세계에 대한 흥미를 잃고 가라 앉아가고 있었다.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마음속에 쌓여있던 이미지들을 언젠가부터 하나,둘 끄집어내어 그려 나가면서 불확실한 것으로 이루어진, 나를 둘러싼 세계들이 조금씩 구체적인 윤곽과 인상을 띄기 시작했다.
 갑자기 금지장소가 되어버린 해변 입구에 서서 그 너머에 있는 바다를 보았다. 당연하게도 자연은 그대로 내 앞에 놓여져 있었다.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변화와 불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반사경에 비친 세상은 푸르고 몽롱하다. 빛들이 뒤엉킨 꿈처럼. 어디든 오라고 하듯 펼쳐진 길과 함께. (사이의 장소) 밝은 가로등 아래 어둡고 빛이 들지 않는 건물이 있다. 한때는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그러나 지금은 빈 채로 그곳을 채워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물들. 고립된 작은 섬 같은 빈 집, 빈 집들. (어떤 기다림) 지난한 시간들을 버텨왔을 당신에게 조금 이르거나, 조금 늦은 이야기들을 꺼내 보고자 한다. 혹, 제때에 가닿지 못하더라도 부디 당신의 마음을 건드리는 일이 되기를 바라면서.
< 갤러리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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