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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

과 죽음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시간이 눈을 타고 들어오고

입을 통해 관계가 맺어진다.


른 작가와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난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그녀는 예술

 작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 간극을 알아챈 순간 

’예술가 ’라는 단어는 낯설었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라는 나의 위치를 이해하게 되었다.


장을 이루는 단어의 해석은 사람의 경험치에

 따라 범위도, 뜻도 제각각이다.

말하고 글을 쓴다는 행위는 내겐 넌센스처럼 

느껴진다.

내가 던진 말들이 타인에게 온전히 전달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덩어리로 보여지는 그림이 나는 편하다.

‘달에 꽃이 피었습니다.’ 제목의 작업은 이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의 여러 능선을 넘으며 알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격변 하였을까?


건 나의 근간이 되는 중심이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영역이 확장되고 감정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었다.


의 우주는 내 신체를 기준으로 안과 밖이 

나뉜다.

내 안의 우주

내 밖의 우주

나에게 우주란 비어있는 가시적 공간이 아닌 

무언가로 꽉 찬 질량의 범위이다.


가가 자신의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훌륭한 작업을 보면 앞선 작가들의 삶을 대하는 농축된 생각과 신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직 나에겐 집착할 유, 무형의 대상이 강하게 

대시 해오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완성형 작가가 아닌 진행형 작가이다.

나의 현재는 미지의 세계이며 접점이 모이기 힘든 평행선에 가까운 길을 가고 있다. 

전에 나에게 물었다.

넌 무엇을 그리고 싶니?

지금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넌 무엇을 그릴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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