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ros1010
455(w)×530(h)mm pen(PILOT)on canvas 2024
“너는 지금까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니?”
나는 천년의 세월이 깃든 굵은 나무 기둥 앞에 서 있었다. 사방으로 뻗은 가지들은 마치 온 우주와 교신하듯 조용히 퍼져 있었다.
그 나무는 오랜 시간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가지를 내어 사람들에게 쉼을 주고,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현실의 삶을 품고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나무일 뿐이겠지만, 내게는 오래된 기도처럼 숭고하게 느껴졌다.
“시냇가에 심긴 나무가 철 따라 열매를 맺고, 그 잎이 마르지 않는 것처럼…”
시편 1편의 말씀이 떠올랐다.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며, 눈 속에서도 버티는 깊은 뿌리로 생명을 지켜낸 나무. 그 모습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너도 나처럼 살고 싶지 않니?”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나무가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묵직한 언어가 되었다.
나는 지금 이 땅 끝에 서서, 흔들리지 않고 절대자를 향해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곧 기도이다.
신록의 나뭇잎처럼, 생명을 품은 존재로 살아가게 해달라고, 오늘도 그렇게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