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on Peter
Black ink brushed on paper 394× 545mm 2016
“진리는 감춰졌던 것이 드러나는 찰나이다”
“주께서 돌이켜 보시니” (누가복음 22:61)
예수님의 시선과 베드로의 시선이 교차하던 그 순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침묵이 흐른다. 민망함과 자책, 수치와 사랑이 뒤엉킨 감정의 파동. 그때, 닭이 울었고,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베드로는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깊이 울었다.
이번 작업은 ‘베드로의 부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나는 그 이야기의 언저리에서 ‘베드로의 감정’에 귀 기울였다.
한 사람의 떨리는 내면, 찰나의 눈빛, 회한의 눈물. 그 찰나를 시각화하고 이미지로 변용하는 과정을 통해, 망각에 맞서는 또 하나의 이야기, 그 ‘찰나’를 담고자 했다.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잊힌 것을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는 ‘찰나’라는 순간의 미세한 떨림 속에서, 내면 깊숙한 곳에 잠재된 감각을 바라보고자 했다. 바라보았는가, 아니면 스쳐 지나갔는가. 그 경계에 서서, 의도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일상을 살아가며, 나는 삶의 약속들을 무심히 흘려보내곤 한다. 그런 나에게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성찰의 거울이며,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내밀한 시작점이었다.
2021년 《찰나, 바라보기》개인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