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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사람 1

내가 나를 그린다

밝은 대낮에는 그림자가 없다.

낮의 명료함은 사물들을 빛나게 한다. 

세상의 온갖 사물이 온전히 자기의 색을 

드러낸다.


나는 오십이 너머 이 길을 걸어 간다. 

투명함과 명료함이 나를 감싸 안았으면 

나는 이길을 걸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여름, 하늘이 잿빛으로 변해 대낮은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후 둑 둑 굵은 빗방울이 먼지를 

일으키며 마른 땅으로 떨어졌다.

나는 벅찼다. 호흡이 멈출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잿빛 세상이 좋았다.


 그 잿빛이 잠깐이라도 빛을 죽이고 비가 

세차게 대지의 뜨거움을 식히고 있는 시간 

나는 비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았다.

빛나던 사물들이 숨을 죽이고 빛을 그리워 

하는 동안의 때,

어둠 속 먼 곳에 언뜻 보이는 여명과도 같은

빛이 있는 그런 때

그 순간이 곧 지날까봐 아쉬워했다.

그림을 그리려 했다.

잿빛을 그리려 했다.언뜩 보이는 빛을 그리려 했다.

삶의 길을 그리려 했다.


많은 시간 사진을 찍으며 살아왔다. 

그것이 밥이었기에 그랬다.

그런 밥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사진을 찍으면 늘 어두웠다.

밝게 찍으려 노출을 오버 해도 느낌은 

어두웠다.


어느 비가 오는 가을, 서울의 외곽 전철역인 당고개 아래 보이는

낡은 점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촬영하려고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그 골목 사이에 검정 우산을 쓴 흰 

와이셔츠 입은 사내가 골목을 서성이며

 서 있었다.

순간 그가 나인 줄 깨달았다.


어디로 갈지 모르고 서 있는 그로 순간 전이 되어 있었다. 

바로 그가 나 였다.


이 전시에서 나는 나의 자의식을 버리려 

애썼다. 

장맛비에 젖은 담벼락의 문양과 눈 내린 

길거리의 파편에서 내 그림과 사진의 

소스를 얻었다.

무심히 그리고 무심히 찍으려 했다.

내 자의식을 비워 낸 그 것을 그리려 했다.


이제


나는.

슬픔이 아름다움이란 걸 확인하려 시작한다.

I Draw Myself

In broad daylight, there are no shadows. 

The clarity of the day makes objects shine. 

All the things in the world reveal their true colors.


I walk this path beyond the age of fifty. 

If transparency and clarity had embraced me, I would not have walked this path. 

One summer, the sky turned ash-gray, and the day became as dark as night. 

Then, thick raindrops fell on the dry ground, kicking up dust. 

I was overwhelmed, moved to the point of stopping my breath. I liked the ash-gray world.


During the time when that ash-gray temporarily killed the light and the rain vigorously cooled the heat of the earth, 

I fully embraced the rain with my whole body. When the shining objects held their breath and longed for the light, 

in the moments of a distant gleam visible in the darkness like the dawn, 

I regretted that this moment would soon pass. 

I wanted to paint. I wanted to paint the ash-gray. 

I wanted to paint the fleeting light. 

I wanted to paint the path of life.


I have spent much time taking photographs. 

It was my livelihood. I lived on it for a long time. When I took pictures, it was always dark. 

Even when I overexposed to make it bright, the feeling was dark.


One rainy autumn, I was looking at the neighborhood of shabby fortune-teller shops under the Tangogae, a suburban train station in Seoul, to shoot it. 

At that moment, a man in a white shirt with a black umbrella was wandering around in the alley. I realized in an instant that he was me. 


I had momentarily transferred into him, not knowing where to go. That was me.


In this exhibition, I tried to discard my self-consciousness. 

I got the sources of my paintings and photos from the patterns on the walls soaked in the rainy season and fragments on snowy streets. 

I tried to draw and shoot indifferently. 

I wanted to depict what I had emptied of my self-consciousness.


Now


I,

begin to confirm that sadness is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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