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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종묘, 도성길을 걸으며 서울의 정체성과 의미를 생각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민족문화의 원류를 찾는 사유로 이어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이 길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여행길에 여러 가지를 배우고 경험하며 다음에서 다음으로 발길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600년 역사속에서 산과 물이 어우러진 서울의 빼어난 경관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과 함께 바뀌어 가지만 서울의 문화와 예술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서울은 나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웅대한 로망(Roman)이 었다. 10여년 서울의 옛 자취를 더듬어 가며 작업하는 사이에 나는 서울 고유의 색감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 색은‘풍류블루’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얀 캔버스 위의 점에서 시작한 여정이 선으로, 선에서 푸른 공간으로 연결되어 갔다. 1741~1759년 겸재 정선이 한양진경을 그렸던 《경교명승첩》에서 2020년까지 26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2020년 겸재정선미술관 “서울 실경“ 초대전은 10여년 작업했던 서울 산수 작업을 한번 정리하는 전시가 될것이다. 국적불명의 초고층 빌딩들로 숲을 이룬 오늘날에는 동양화의 옛 그림 속 산수 풍경 같은 서울의 원래 모습들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화강암의 웅장한 산세와 여러 갈래의 물줄기와 어우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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