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rector Say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시간을 인식할 수 있기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늘만을 허락한다. 누구도 시간을 뛰어넘어 살 수 없으니 인간은 영원히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질문은 가장 특별하고도 인간적인 것이다. 오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각을 곤두세워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한다. 눈과 귀를 열고 나의 자리를 확인한다. 서서히 몸을 움직여 공간을 탐색한다. 배가 고파질 때쯤 밥을 먹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잠을 자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는 안락감을 열망한다. 만화 속으로 빠져든 것처럼 뻔뻔하고 태연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도 좋다. 생존경쟁 같은 거엔 관심도 없이 그냥 천진하게 몸을 흔들며 뛰어 놀고 싶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를 대신해서 땀 흘린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나의 하루를 이야기하면 좋겠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14팀의 아티스트들이 찾아준 답이다. 예술은 일상에 쫓기느라 잊고 있었던 질문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소제동 아트벨트는 100년의 시간을 간직한 골목길에 예술가들의 상상을 더해서 미래로 나가게 하는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흥미로운 미래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답이 없는 질문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 줄 것이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듯이, 미래는 과거에 더해지는 것이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의 꿈을 충실히 꾸려는 이유이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수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