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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문성의 작업노트

    사진을 찍는 것은 형태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아니다.

직관으로 보고 자연에서 찰라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채취하는 일이다.

겨울나무 시리즈는 눈이 오는 날을 기다렸다.

우연히 만나게 된 몇 그루의 자작나무에 눈이 내리는 장면을 찍게 되었는데, 그것은 마치 순 회색의 마티에르가 있는 것처럼 촬영되었다.

그때의 눈의 온도와 눈 입자의 크기, 바람의 세기 등 자연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래서 이후 그 장면을 다시 촬영하기 위해 눈이 올 때마다 노력했다.

그러나 그 장면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 장면은 당시 나의 마음의 상태와 자연의 상태가 조우하게 된 기회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렇듯 나의 사진에서 보이는 느낌, 밀도, 여백 같은 것은 내 머리 속으로 계획하지만, 그건 조건을 만족할 때 만나지는 것이 아닌 우연히 보여지는 자연함 우주적 느낌이 나에게 전해져 오는 것이다.

베푸는 것 시혜적이다 라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그것도 찰라적으로 잠깐, 자연이라는 외부에서의 문제를 작가가 만들어 내거나 할 수가 없다.

그것을 건드린다면 그것은 이미 오염시키는 일이다.

어느 때는 도구를 가지고 눈에 자국을 내거나 쓸어서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 작위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만들어 낸 행위는 자연스러움을 깨는것임을 깨달았다.

 

 

    작품은 나와 자연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비워 자연과 조우하는 길. 조형이 완벽한 (작가가 생각하는) 순간을 맞닥트릴 수 있을까?

그 순간을 작가는 원하지만 그 만남은 나를 비워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는 일이며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찾지 않으면 만나지지 않으며 나서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길인 것이다.

그 길에서 만나 순간 급랭시켜 보관 하였다가 보관 된 이미지를 숙성시켜 다시 보는 일이다.

 

    겨울호수 시리즈는 수묵의 느낌을 자연이 보여 주었다. 그러나 새 한 마리가 나의 마음에 하나의 관 건 이었다.

그래서 나는 호수에 있는 새가 우연히 그 무리에서 날아가 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나는 호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혹 얼음이 깨질까? 하는 마음이 엄습했다.

호수는 쿵쿵하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여기서 나는 내가 그리려는 이미지가 나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 하려는 것이다.

 

    무제 시리즈는 자연이 만들어 낸 형태와 내가 그려 낸 형태가 어떻게 만나는가가 관심이었다.

어린아이의 그림속에 보여지는 단순함이 내 그림의 모티브이기는 하지만 그건 나의 의도이지 그려진 형상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의 그림과 자연이 그려 낸 이미지가 결합 할 때 어떻게 보여 질 것인가가 나의 관심이었다.

나는 자연의 전체적인 모습보다 그 디테일에 관심이 있고 빛이 온전히 드러낸 순간보다 빛이 태동하는 새벽이나 안개가 자욱이 낀 날, 소재는 눈이 내리거나 도시의 아스팔트처럼 색이 제한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빛이 확산된 시간을 선호한다. 이런 빛의 속성은 회화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사진과 회화의 만남을 쉽게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성향의 표현양식이 접목될 때 어떻게 리듬감이 생기고 감흥이 일어나는가가 내 작업의 주된 목표이다.

 

 

작가 황문성을 말한다.

 

황문성 작가의 사진 속에는 시와 그림이 있다.

그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그러나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쩌면 끝끝내 발견하지 못할

시와 그림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언어로서는 결코 노래할 수 없는,

회화로서는 결코 나타낼 수 없는 그 어떤 무위의 세계다.

그것을 자연이라는 절대자가 인간에게 보여주는 고요한 마음의 풍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호승 (시인)

 

저는 황문성의 사진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바라봅니다. 오래 바라보다 보면 하얀 여백만

남게 됩니다.

그렇게 적요만이 남아서 오롯한 저를 발견합니다. 그때면 아름답고 고독한 언어가

숨을 쉬게 됩니다.

-최돈선(시인)

 

비늘 가진 목숨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것은

호수가 깊이를 자랑하지 않는 까닭이다.

바람도 자신의 근육을 드러내지 않고

다만 무늬들을 남길 뿐이다.

풍경에 새겨졌다가 이내 사라지고 마는 흔적들과 천 년 세월 바위를 문지르고 지나간

물의 발자국도 사람의 마음 안에서는

눈금이 같다.

황문성 또한 렌즈를 통해 증명하면서도

말을 아낀다.

-전영관 (시인)

 

황문성은 그의 독특함과 삭힘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며

그는 또 다른 실체를 만들어낸다.

-오병권(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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