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글 L에게 밀려오다  어제의 작업을 오늘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하루가 지난 오늘도 어제처럼 집을 나서며 생각해본다. 빛이 내리는 골목길 모서리마다 동네 참새들이 소리를 낸다. 아침엔 더욱 크게 그런다. 작업실을 지나치며 산책을 한다. 잔바람이 걸음을 따라다닌다. 바닥의 작은 풀들과 하늘의 푸름도 늘 거기에 있다. 크고 작은 언덕들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시간을 가져온 나무들이 풍요롭다. 이미 빛이 만든 줄무늬에 모든 것이 단단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조금씩, 천천히 안으로 밀려온다. 얕은 파도가 조용하게 내게로 향해 일렁이며 다가오는 듯하다. 작은 자국들 하나하나에도 손바닥을 대어 본다. 빛과 바람과 나무의 냄새들을 맡으며 오전의 바닥을 밟고 작업실로 향한다. 산책길에 접어들 때는 마치 그저 길을 따라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길은 집으로, 출발지로 돌아오는 길이다.  어떤 형태나 모양의 그 끄트머리에는 그것을 견고하게 만드는 모서리들이 있다. 끝도 없이 무한반복으로 움직이면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길 반복하는 이미지들이 그렇고, 검은 밤바다의 숨을 쉬는 선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그러하다. (...그리고 사물들이 발생시키는 잠재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그 구조를 바꾼다. 그것은 세상에 수많은 텅 빈 공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속으로 모든 것이 빨려들어 갔다가 다시 새어 나오고, 다른 빈 공간으로 숨어들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말은 침묵을 포함하고, 세상의 모든 풍경은 여백을 포함하고, 세상의 모든 미로는 출구를 포함하며... <숨이 깃든 사물> 2006년 전시 글 중에서,. 이병욱) 안으로 드는 햇볕에 어제의 작업들은 좀 더 비워냄을 요구하고, 나는 더욱 견고한 시간을 기다린다. < 갤러리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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